내가 본 영화들

호불호 갈리는 <용과 주근깨의 공주>(스포일러 포함)

쯔반지히 2021. 10. 14. 17:02

 

 

칸 영화제 공식초청작 <용과 주근깨 공주>는 만화 영화를 참 잘 만드는 감독 호소다마모루의 작품이다.

어릴 적 보고 자란 TV 만화<디지몬 어드벤처>를 만드신 분이다.

영화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 아이>, <썸머 워즈>, <괴물의 아이>, <미래의 미라이>라는 작품을 연이어 만들었는데 모두 상당히 평가가 좋았다. 나는 그 중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늑대아이>를 정말 재밌게 봤다.

이 감독 영화면 믿고 본다 싶을 정도로 평가가 좋은 감독이지만... 이번엔 정말 실망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용과 주근깨 공주>는 정~말 재미없었다고 평가하련다...

인터넷엔 나 말고도 <용과 주근깨 공주>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정성껏 쓴 글들이 많다.

글 한마디 한마디에 공감하면서 읽었다.

이 영화가 실패한 이유로 '메타버스' 세계관을 끌어들이면서 가상세계와 현실을 연결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에 실패했다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U는 또 하나의 현실, As는 또 한 명의 당신”

 

영화의 시간대는 현재와 아주 멀지 않은 미래.  

U는 메타버스에 접속하게 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인기 어플리케이션인 U는 현실의 내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분석해서 가상 세계의 캐릭터를 만들어 준다.

아이돌 에스파의 세계관처럼 현실의 나와 가상 세계의 캐릭터가 연결돼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고생 스즈다.

스즈는 어릴 적 사이가 좋던 어머니를 사고로 잃고 나서 내성적인 성격으로 자라게 됐다.

어린 시절 엄마와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걸 좋아했지만 지금은 하지 못한다.

스즈는 U에 연결하여 자신과 연결된 가상캐릭터 계정을 만들었는데 이름은 BELL로 지었다.  

 

계정을 만들면서 첨부한 단체 사진에는 학교에 예쁘기로 유명한 퀸카가 있었다.

스즈가 아닌 그 애의 얼굴을 인식해서일까, BELL은 스즈의 외모와는 조금 다르게, 화려하게 생겼다.

 그리고 스즈의 특징인 주근깨가 얼굴에 예쁘게 장식되었다.

 

스즈 안에 잠재되어 있던 능력인 '노래'가 BELL일 때, 맘껏 발휘될 수 있었다.

BELL은 자신이 작곡해놓은 여러 노래들을 가상세계 U에서 불렀고

그 영상이 녹화, 전파되자 순식간에 가상세계 안에서 스타가 되었다.

 

가상 세계에도 평화를 깨는 유저가 있었다.

용의 모습을 하고 있는 '뮤'였다. 뮤는 여기저기 다니며 U에 있는 유저들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데이터가 해체되기도 했다.

가상세계의 질서를 지키는 경찰이 있었는데 그 경찰의 목적은 뮤를 UNVEIL(언베일)하는 것이었다.

 

언베일이란 영어뜻 그대로 베일을 벗기는 것.

데이터에 어떤 전파를 쏘아 가상세계에서 현실의 모습을 드러내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이 언베일이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보통 언베일을 매우 두려워하는데 

왜냐하면 현실의 나를 보여줘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설정이 뭔가 그럴싸하면서도 많이 유치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심성이 착한 스즈가 벨의 모습으로  뮤에게 다가가 뮤의 상처를 치료해주려고 노력하다가 뮤에게 여러번 내쳐진다. 그러다 스즈는 가상 공간에서 스스로 언베일하여 자신의 실제 모습을 뮤에게 보인다. 뮤는 마음을 열고 자신의 실제 사는 곳을 스즈에게 알린다.

뮤는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어린 소년이었다. 스즈는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뮤였던 소년을 만난다. 그리고 그 소년의 아버지가 행하는 폭행으로부터 지켜주려고 소년을 꼭 껴안는다. 일단 뭐랄까 스즈라는 캐릭터가 너무 전형적이었다. 현실에선 착하고 아웃사이더인데 가상세계에서 인기 스타가 되어 어쩔 줄 몰라하는... 그럼에도 정의 앞에서는 누구보다 용감한 주인공 캐릭터다.

굉장히 평범한 외모의 인물로 그려지는데 학교에서 꽤 킹카인 친구가 스즈를 짝사랑한다. 나중에 성장한 스즈에게 "다행이다, 이제 여자친구이여도 안지켜줘도 되서" 비스무리한 멘트를 날리는데... 좀 오글거렸다. 스토리도 정합성이 많이 떨어져서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캐릭터의 행동 변화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일본영화 특유의 교복입은 여학생이 뛰고, 땀흘리고 또는 콧물 눈물 다흘리면서 우는 장면. 그런게 되게 애같아서 순수하고 풋풋하고 좋은 느낌이 있었는데...<용과 주근깨 공주>에도 비슷한 애타는 장면이 나왔지만... 몰입이 안되서인지 그저 클리셰처럼 보였다.